25일 오후 6시 24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18분 58초의 짧지만 긴 여정입니다. 3차 발사 때는 1, 2차 때와 달리 '손님'인 실용급 위성 8기(주탑재위성 1기, 큐브위성 7기)를 '정확한 우주 궤도'에 올려놓는 특수미션을 띠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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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궤도가 성공적으로 완성되면 '실용급 위성 발사체'로 우주경제 시대를 여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당초 누리호 3차 발사는 전날인 24일 오후로 예정됐으나 발사 2시간여 전 발사제어컴퓨터와 설비 제어컴퓨터 사이 밸브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SW)에 문제가 발생해 한 차례 연기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오태석 제1차관은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상 헬륨공급장치 이상에서 헬륨 압력을 낮추는 해압밸브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발사대의 헬륨 저장탱크와 지상장비 시스템을 제어하는 장치(PLC)에서 명령어가 순차적으로 전달되지 않아 제어 프로그램을 수정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최종 확인 했고 오전 5시까지 6차례 반복실험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25일 오후 6시 24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우주로 발사됐습니다.
"연구원들은 밤새 연구를 했습니다. '빨리 발사' 의견을 모아"
전날 순조롭게 진행되던 누리호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된 것은 오후 3시쯤 점검 과정에서 1, 2차 발사 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감압 밸브가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누리호 내부에는 영하 180도의 헬륨을 충전해 산화제를 냉각시키는 탱크가 있고, 해압밸브는 외부에서 발사체에 헬륨을 공급한 뒤 공급을 해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연구진은 전날 이상 징후를 포착한 뒤 원인을 분석해 이날 오전 5시까지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국형발사기체개발사업본부장은 제어 프로그램의 명령 간 시간차 문제로 충돌 현상이 생겼다"며 "명령 간 간격을 넓히는 방식으로 로직을 변경했다"고 말했습니다.
"(밤샘 작업으로) 연구원들이 피곤한 것은 사실이지만,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발사에 도전하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도, 날씨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로우주센터의 하늘은 맑았고, 지상과 고층의 바람은 비교적 조용했습니다. 발사 시간을 기준으로 우주 물체와 충돌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이날 오전 11시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누리호 발사에 합의했습니다.
이날 발사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발사 6시간 전인 낮 12시 24분부터 발사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오후 3시 40분쯤 연료에 불이 붙는 연료와 산화제 충전이 시작돼 오후 5시 16분쯤 절차가 마무리됐습니다. 오후 5시 14분에는 발사대의 스탠딩 장치가 철수됐고, 오후 5시 38분에는 발사체의 스탠딩 장치가 분리됐습니다.
준비 작업은 예정보다 15분 정도 일찍 진행됐습니다. 오후 6시 11분, 누리호 발사 준비 점검이 완료됐고, 우주로 비상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10분 전, "자동 운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발사 10분 전 '발사 자동 운영'(PLO) 명령이 떨어지자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습니다. PLO가 작동 중일 때는 수동으로 중지할 수 없습니다. 발사체가 정상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면 1단 엔진이 자동으로 점화되고, 시스템 문제가 발견되면 발사 과정이 자동으로 중단됩니다.
10분간의 '10년 같은' 시간이 흐른 뒤 누리는 붉은 불꽃을 일으키며 하늘로 떠올랐습니다. 연구진과 대중 모두가 손에 땀을 흘리고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길이 47.2m, 지름 3.5m인 누리호는 3단 로켓으로 3개의 로켓이 하나로 조립돼 있습니다. 발사체 자체의 무게는 17.5톤이지만 연료와 산화제를 모두 채운다면 200.4톤이 됩니다.
1단과 2단은 누리호가 점점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3단은 목표 궤도로 날아가 인공위성을 토해냅니다. 엔진 점화 후 1단이 300톤의 추력에 도달하면 지상 고정장치(VHD)가 해제되고 비행이 시작됩니다. 이륙 후 125초(2분 5초) 64.5km 고도에 도달하면 1단이 분리되고, 234초(3분 54초) 204km 고도에 도달하면 페어링(위성보호덮개)이 분리됩니다.
272초(4분 32초) 258km 고도에 도달하면 2단이 분리되며 783초(13분 3초)가 지나면 최종 목표 고도인 550km에 도달합니다. 이때 소형위성과 큐브위성을 사출하는 임무가 시작됩니다. 먼저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NEXTSAT-2) 를 사출합니다. 550km 고도에서 최대 5% 오차 내 궤도에 안착시키는 게 관건입니다.
이후 국내 민간기업과 한국천문연구원이 제작한 큐브 위성을 20초 간격으로 뱉어냅니다. 져스택의 'JAC' → 루미르의 'LUMIR-T1' →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 → 천문연구소의 '도요샛(4기)'의 순서를 이룹니다. 위성의 사출이 끝나는 시간은 발사 후 923초(15분 23초)가 지난 시점입니다.
누리호 3단은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낸 뒤 215초(3분 35초) 더 비행한 뒤 우주여행을 마칩니다. 누리호를 타고 우주로 나간 위성은 오후 7시 40분쯤 NEXTSAT-2가 발사되는지, 나머지 위성은 오후 8시 40분쯤 발사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성의 실제 운용과 통신은 다음 날 오전에나 확인될 예정입니다.
"한국판 스페이스X" 가든 우주 경제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
누리호 발사는 우주경제 시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 민간위성 중 우주로 가려는 '손님'이 늘고, 국내 발사체 산업 생태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1, 2차 발사 때와 달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체계 기업으로 참여했습니다. 정부는 4차 발사 때부터 단계적으로 범위를 확대해 6차 발사 예정인 누리호 후속 발사를 체게 기업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한국판 스페이스X'가 커질 수 있는 정원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우주기술의 실용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신뢰성과 경제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발사로 신뢰성이 높아졌습니다." "미래에 경제성이 있고 우리만의 독자적인 우주개발 역량이 있다면 세계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라고 평가 했으며,
"그동안 지구에만 국한됐던 과학,기술 적용 지역을 달과 화성 등 미지의 우주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진국들이 우주를 국가 경영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외교, 정치, 국방 등에 어떻게 이용할지 국가 경영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라고 덧붙였습니다.